커뮤니티

언론보도
지하철 승강장에 누운 전장연 “장애인권리에 투표해달라”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04-09   조회수 : 151
파일첨부 :

- 총선 앞두고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행동’ 나선 이유

달리는 열차는 이번에도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았다. 승강장에 남겨진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다이-인(die-in) 퍼포먼스’였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표현하며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멈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바닥에 누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밑동이 찢겨 너덜해진 하얀 A4 종이를 천장을 향해 들어 보였다. 그 종이에는 “장애시민권리에 투표해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22대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오전 8시, 2호선 시청역. 전장연이 ‘6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다. 충정로 방향 승강장 6-3부터 7-3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으로 승강장은 일찍이 가득 찼다.

전장연은 지난 한 달여간 22대 총선 대응 활동을 진행했다. 탈시설 정책 등을 왜곡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정치인 8명에 대해서는 공천 반대 활동을 펼치기도 했으나, 이들 모두 공천을 받았다. 이후 전장연은 각 정당 및 전국의 후보들과 정책협약식 및 정책요구안에 대한 응답을 받고자 했으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는 응하지 않았으며 전체 선거구 후보자 694명 중 100명만이 응답했다.

총선에서 ‘장애인권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전투표 날에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조차 없었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전장연은 사전투표소까지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아래 종로구선관위)는 ‘기어서 투표를 하는 행위는 소란행위에 속하며, 장애인권리에 투표해달라는 언동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언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막아섰다. 6일에는 포체투지로 사전투표소까지 갔으나 ‘장애인복지카드’가 신원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정치인들의 무응답과 무시, 사전투표 날 참정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현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총선을 앞두고서 ‘출근길 지하철행동’에 나선 이유다.

2호선 시청역 승강장. 전장연 활동가들이 장애인 시민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그 앞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막아서고 있다. 사진 강혜민

- 또다시 반복된 경찰과 공사의 강경 대응

선전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8시 10분, 승강장에 소란이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선전전에 참여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활동가가 들고 있는 피켓을 무력으로 빼앗아 간 것이다. 이에 항의한 활동가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승강장 밖으로 강제로 끌어냈다.

곧이어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에게 방패를 들이미는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지하철 탑승을 저지했다.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경찰들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저기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장애인 참여자들은 고립되고, 비장애인 참여자들은 서로 뒤엉켜 움직일 수 없었다. 한동안 계속되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참여자의 입술이 터져 피가 나고, 방패에 목이 긁히는 부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은 선전전을 이어갔다. 시청역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고 혐오하는 정치를 멈춰달라.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책임하고 무도하며 불의한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제퇴거를 지시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고 방송은 계속됐다. “‘특정장애인단체’는 즉시 시위를 중단하시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랍니다. 퇴거 불응 시 공사는 부득이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벌금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강혜민

- “비장애인 중심 사회 멈추겠다” 다이-인 퍼포먼스 진행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특정장애인단체 아니고 일반 시민이다. 고성방가가 아니라 정당한 시민이 하는 정당한 발언이다. 모든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장애인의 시민권을 보장하라. 갈라치기, 혐오 정치를 멈추고 책임정치를 이행하라.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남궁수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작년 4월 26일 유엔집회결사자유특별보고관은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을 탄압하는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서신에서는 과도한 진압이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오늘 이곳에 있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무엇을 하고있는 건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강경 대응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한 참여자가 “장애시민권리에 투표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최준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활동가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자는 당연한 요구가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작년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오늘도 장애인이 지하철에 타는 것을 막고 있다. 지하철이 늦어지는 것이 장애인들 때문이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우리 모두의 이동권과 닿아있다. 우리는 남의 문제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가 바닥에 누운 채로 마지막 발언을 했다. 박 대표는 “공사가 우리를 ‘전장연’이라고 부르다가 오세훈 시장의 지시로 이제는 ‘특정장애인단체’라고 방송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가 ‘특정장애인단체’의 요구일 뿐이라고 갈라치는 거다”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요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정부에 권고한 권리의 문제이며, 장애인만의 요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발언이 끝난 후, 이날 출근길 지하철행동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바닥에 눕는 ‘다이-인 퍼포먼스’를 벌였다. 참여자들은 승강장 바닥에 누워 ‘열차 타는 사람들’을 다 같이 합창했다. 150여 명이 함께한 ‘6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9시 30분경 마무리됐다.

한편, 전장연은 선거 날인 10일 오전 11시,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혜화경찰서와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권 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혜화아트센터까지 ‘포체투지’를 하며 ‘장애인권리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31) 

이전글 장애인에겐 불편한 KTX-산천, 인권위는 단순 ‘민원’ 취급
다음글 주민등록지와 상관이 신청 가능 '사회보장급여' 12개 추가 확대